샹바오의 두번째 책을 읽었다. 한국에 처음으로 번역발간된 책은 계시를 주었지만, 난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이건 내가 기대한 인류학이 아닌데,,, 그의 두번째 번역서이자, 그를 소개하는 모든 문장에서 칭찬해마지않는 그의 첫번째 서적이 그디어 발간되었고 곧 바로 주문하였다. 책을 발견하면 중고서적을 뒤지는 나에겐 책이 싸지 않았지만 빨리 읽고 싶어서,,,
중국에관한 인류학 책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언젠가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시간을 내어 중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 중엔 번역되지 않는 중국책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 있다. 그런 날이 올지는,,,
중국의 속살을 들추지 않는 중국의 인류학 책들, 잘 모르고 하는 예기지만,,, 사회과학의 분과로 인류학을 사고하는 학문의 특성과 중국의 혼란 속에 탄생한 페이샤오퉁의 책이 재미없었던 이유(나는 항상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했다)가 그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니까 샹바오의 첫 책인 '경계를 넘는 공동체'는, 내가 지지하는 "인류학을 '인문학'으로 사고하는" 서술로 나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안겨줬다(지금은 그 즐거움을 돼새김질 해보는 중).
1월말에 중국저장성의 사오싱을 다녀왔다. 그 'S시'는 루쉰이 베이징 이사간 후 결코, 다시는 돌아 가지않았던 고향으로, 루쉰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한 나로써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춥지않고, 숙소와 교통편 때문에 허둥되지않는 여행'을 원하는 분(그 동안 자충우돌 중국여행의 업보다)의 요청에 따라 (그래도 언젠가는 가봐야지 마음으로) 선택한 곳이다. 우리의 속소는 우연히도 추진(秋瑾)의 생가 근처였는데 또 하나 주변에 옷가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많아도 너무 많아서, 여행객인 우리들은 '저 많은 옷들은 누가 사 가는 걸까?' 진짜 궁금했었는데, 사오싱은 중국최대의 직물산업단지를 가진 곳이었을 뿐 아니라, 베이징저장촌 주민들의 원적지인 원저우와 멀지않고, 원저우 주민들의 이주도시중의 하나이기도 했다니,,, 이제 이해 가능.
이렇게 중국에 대해 조금은 다가간 것 같다. 어쩌면 부딪혀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루쉰의 'S시'는 왕휘지의 고향이자 란정을 품은 도시였고, 추진을 비롯하여 혁명가들의 도시였으며, 주은래의 외가집이 있는 도시에, 춘추전국시대 월나라의 왕성이 있었다니, 일단 떠나지 않았다면 사오싱은 언제까지 'S시'에 머물러있었을 것이고 샹바오의 이 책에 대한 이해도 달랐겠지,,,
저장촌의 원저우사람들에게 샹바오는 원저우출신 베이징대생이자, 혹 샹라오스(아버지가 교사?)의 아들이었으므로, 저장촌을 들어다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였음은 분명하다. 반복되는 샹바오의 '개관성과 과학성'에서 벗어난 자신의 위치에 대해 '해명(처럼 여겨졌다)'이 불편했다. 인류학에서 그런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훌륭한 선생들의 논평을 기다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