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책'을 읽다/중국책, 다시 읽다

황수민, 린마을 이야기, 이산(2003, 300쪽)

취생몽사를 권함 2020. 1. 7. 19:03

 

대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후엔 그 대상에 감정적이게(주로 애정을 갖게)된다. 오래전에 '룽산으로의 귀환'을 읽고, 이런 재미있는 역사책도 있구나라고 느꼈고 이에, 중국과 미시사에 대한 책을 찾아 읽던 중 발견했던 책이 '린 마을 이야기'였다. 

 

특히 이 책은, '중국/인류학민족지'로 당시에 인류학 석사논문을 준비하던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다. 아무튼 오래전 기억엔,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린 마을'은 과거 중국과 대만과의 포격전이 벌어질 당시 포탄의 날라왔던 곳이라는 등, 마을의 사원이 어떻게 부활했는지 등 흥미로운 책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난해에 린 마을이 속해있는 섬, 푸젠성의 샤먼과 (본토로 폭탄을 날렸던) 긴먼섬을 다녀오면서, 린 마을 이야기가 생각나곤했다. 그런데, 나는 공부로서가 이닌 경우 책을 두번째 읽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집 썬룸을 지나 화장실로 가는 통로에 위치한 나의 책장에서 어느날부터 자꾸 눈에 보인다. 아,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디테일한 이야기는 생각나지 않네....

 

폴 써로우의 아주 긴 기행문 읽기를 끝마치는데, 그도 샤먼을 방문해서, 폭탄날라다니던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 한 번 더 읽어보자. 이렇게, '중국책, 다시 읽기'카테고리가 탄생했다. 

 

일단 재미있다. 중국 현대사에 대한 약간의 이해와 농민혁명에 대한 궁금증만 있다면, 거칠것 없는 독서로 이어진다. 이미 이 책의 참고도서 목록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번신'을 통해 농촌사회의 당과 정치운동에 대한 나에게는 너무나 흥미로울 수 없는 책이다. 

 

책속에 묘사된 지리적 특성에 따라, 심지어 나는 구글맵을 통해 '린마을'로 추정되는 지역을 찾을 수도 있었다. 샤먼은 여행자에게 최고의 도시였고, 우리 마눌님도 겨울에는 샤먼에서 추위를 피하는데 동의했었고(이것은 약간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심지어 음식도 맛있고 가격은 저렴하다. 나는 언젠가 '린마을'을 찾아 다시 샤먼을 갈 예정이다. 

 

책속 주인공인 '예서기'의 매력에 이 책은 많은 빚을 지고있다. 스테레오타입의 중국 농촌 공산당원을 벗어나있는, 영리하고, 사려깊고, 공동체주의자인 그의 인생을 통해 변해가는 중국 농촌사회를 살피고 있는 이 책은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구글지도에서 확인한 린마을은 이제 도시화가 되었듯이, 우리의 주인공 예서기도 변해가는 것을, 글쓴이는 10년 후 린마을 방문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의 예서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나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언젠가 이 책을 들고 예서기를 찾아 린마을에 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